"새 정부에 시민사회 전담부처 설치해야"

30일,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 심포지엄 개최
2025 공익활동가 주간 행사의 일환
제도 개선 과제 추진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 갖춘 '합의제 중앙행정기구' 설치 필요
‘규제·관리’에서 ‘지원·활성화’로...시민사회 접근 패러다임 전환 필요
만만치 않은 부처 설치..치밀한 입법 준비와 정치권 소통 그리고 대시민 공감대 형성도 필요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시민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 심포지엄에서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시민사회를 전담할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하 위원장)은 "▲시민사회기본법 ▲민주시민교육지원법을 제정하고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민법 ▲공익법인법 ▲보조금법 ▲기부금품법을 개정하는 등 공익활동을 활성화시켜, 건강한 시민사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 개선 과제를 책임지고 추진할 총괄기구가 정부 내에 필요하다"면서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 형태의 가칭 시민사회위원회가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정과제를 추진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 중 9개가 시민사회 국정과제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체계적이고 다수의 시민사회 정책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작 실제 입법에 성공한 것들은 거의 없었다. 국정과제 이행 측면에서는 낙제점 가까웠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 시민사회 국정과제를 추진총괄기구가 부재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아니었나 싶다"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시민사회위원회가 있었지만, 자문기구에 그쳐 집행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 정부에서는 정책 집행력을 갖춘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을 설치해 시민사회 국정과제를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것이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시민사회 전담 합의제 행정기구 설치를 우선적으로 제안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지원 전담하는 새로운 부처 설치로 규제·관리 중심의 정부 인식 개선하고 생태계에 활력 더해야

새로운 부처의 설치를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바라봐야 한다는 논의도 주목을 끌었다.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지난 정부는 시민사회를 통제하고, 처벌해야 할 대상 아니면 약간의 보조금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고 말한 뒤,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이제 더 이상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시민사회 활성화 논의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장
ⓒ사단법인 시민

현장의 활동가들도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 현장의 요구'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소연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장은 전국 활동가 6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활동가들이 새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 중 1위와 2위가 각각 '제도적 기반 구축(43.3%)'과 바로 '정부의 인식 전환(30.2%)'이었다"고 밝히며 "윤석열 정부 시절,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에 정치적 색깔을 덧씌워 왜곡했던 일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정부의 그러한 인식이 만들어낸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우려구조적·관계적 변화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류홍번 위원장은 가칭 시민사회위원회의 출범이 공익활동과 시민사회에 대한 규제·관리 중심의 인식을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익활동과 시민사회 관련 업무의 80~90%를 행정안전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이 부처는 정부 조직·공무원 관리, 재난·치안 대응, 자치사무 등 규제와 관리 중심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 결과 공익활동과 시민사회도 비영리단체 등록, 보조금 감시, 기부금 점검 등 감독과 통제 위주의 틀에 갇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전담 중앙 행정기구가 설치되면 ▲시민사회단체의 설립·등록 및 지원·관리 ▲활성화 계획과 정책 수립 ▲관련 제도 개선 등 시민사회 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다. 여기에 전담기구 산하 기관으로 시민사회지원센터나 재단 등 중간지원조직을 두면, 전담 행정기구와 전문 지원기구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통합 행정·전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활동가들은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시민사회 생태계는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게 류홍번 위원장의 설명이다.

류 위원장은 해외 사례로 영국의 '시민사회청'과 '공익위원회' 스웨덴의 '청소년 및 시민사회청' 등을 들며, 이들 국가가 시민사회를 '관리'가 아닌 '협력하고 지원해야 할 공공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소개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도 "사회문제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익활동과 조직, 사회연대경제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라며 "이들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주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와 시장,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 지대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가칭 시민사회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예를 들어 시민자산화처럼 투자(영리)와 기부(비영리) 사이의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해, 공익 활동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 왼쪽부터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윤순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최수영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장, 홍일표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이광희 국회의원, 김영숙 한국마을연합 이사장.
ⓒ사단법인 시민

국정과제 선정에 집중하되 시민사회 활성화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 확보 노력도 필요

한편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시민사회 전담 기구 설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빠른 시일내에)시민사회 전담부처를 만들려면 정부조직개편안에 포함돼야 하고, 그러러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얘기가 나왔어야 한다. 그리고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얘기가 될 즈음이면 이미 국회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 정도까지 무르익지 않은 것 같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대선 때 시민사회기본법 제정, 시민사회위원회 설치, 민주시민교육지원법 등의 내용을 담아 정책협약식을 맺은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전했다.

홍일표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역시 새로운 행정기관 설치가 어려운 과정임을 설명하며, '시민단체 돈 퍼주기', '이권 카르텔" 등 야당 및 보수 언론의 정치적 공세가 예상됨을 지적했다. 또한, 합의제 행정기관이 과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시민사회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와 치밀한 입법 과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시민 공감대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양환경보호단 레디의 이유나 대표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우리(시민사회)가 대중을 상대로 조금 더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우리의 효용성을 조금 더 강조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의 시민사회의 리딩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며, 시민사회를 산업적 측면에서 부르는 게 논쟁거리가 될 수 있지만, AI(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해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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