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았겠지만, '늘' 시민들 곁에 있었습니다
[인터뷰]류홍번 2025 공익활동가 주간 추진위원장
세상을 바꾸는 '숨은' 전문가, 공익활동가
공익활동가들의 존재와 노력 알리고 싶어 '공익활동가 주간' 행사 기획
“규제 중심의 공익활동 패러다임에서 벗어던지고,
연대와 지지가 살아 있는 건강한 생태계로 나아가는 계기 만들고파”
"비상계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집회를 조직하고 구체적인 퇴진 및 개혁 요구를 밝혀 시민들의 분노와 염원을 결집시키는 게 그렇게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에요. 뉴스로 보면 되게 쉽게 되는 것 것 처럼 보이지만요(웃음). 게다가 집회를 사고 없이 안전하게 치러내고 또 깨끗하게 정리도 해야하잖아요. 이런 모든 과정이 사실은 누군가의 손에서 다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잘 보이지 않았을 뿐."
학생운동을 포함해 30년 넘게 활동가로 살아온 류홍번 ‘2025 공익활동가 주간’ 추진위원장(이하 위원장)은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익활동가들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12.3 내란을 극복하기 위해 1,700여 개의 시민사회 단체와 소속 활동가들이 결성한 연대조직,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비상행동과 활동가들은 지난 7개월간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만들어왔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무대를 설치하고, 무대에 설 시민을 섭외하는가 하면,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행진에 나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야광봉을 들고 야광조끼를 입은 채 거리 곳곳을 지켰다. 이 밖에도 시국선언, 시민총파업, 긴급 탄원 서명 등 다양한 공동행동을 전개해 시민들의 분노와 염원을 조직된 힘으로 모아 정치권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며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동료 활동가들의 노력과 헌신에 류홍번 위원장은 자신 있게 '2025 공익활동가 주간' 슬로건을 가리켜 보였다.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이 문장이 시민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익활동가들의 존재와 노력을 알리고 응원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6곳이 '2025 공익활동가 주간'을 개최한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사단법인 시민,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아름다운재단,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6개의 시민사회단체는 '2025 공익활동가 주간 추진위원회'를 꾸려 오는 6월 30일부터 닷새간 전국 곳곳에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해에 이어 두번째다.
행사 개최를 열흘 앞둔 지난 20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동행 사무실에서 류홍번 위원장을 만났다.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에 담긴 공익활동가 주간 행사의 이모저모를 정리해봤다.
“규제 중심의 공익활동 패러다임 바꿔 활동가 생태계에 활력 더하고파”…새 정부에 시민사회 전담할 독립적인 행정기구 설치 제안
이번 2025 공익활동가 주간 행사에는 ▲심포지엄(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 ▲토론회(공익활동가 건강 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공론장(2025 공익활동가 대화테이블),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응원캠페인(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 공탁), ▲이벤트(공.익.활.동.가 5행시 백일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추진위원장으로서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이 뭐냐고 묻자, 류홍번 위원장은 "모든 프로그램이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직접 발제자로 참여하는 심포지엄,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웃어보였다.

공익활동가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행사에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는 질문에 대해, 류홍번 위원장은 "시민사회 전담 행정기구의 설치는 오랜 시간 규제 중심의 패러다임 아래 위축돼 있던 공익활동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면서, "활동가들이 더 넓고 안정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홍번 위원장은 현재 시민사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대해 "오랜 기간 비영리단체 등록·관리, 보조금 집행 감시, 기부금 운용 내역 점검 등 감독과 통제 위주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곳" 이라고 지적한 뒤, "이러한 구조에서는 공익활동이 제도적으로 ‘관리 대상’에 머무르기 쉬우며, 활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고 설명했다. 자연히 공익활동가는 감시받는 존재로서, 불투명하거나 일시적인 지원 속에서 불안정한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지원과 활성화 중심의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가 출범하게 된다면, 공익활동은 더 이상 ‘감시와 관리’ 대상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에너지로서 제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봐요. 새로운 행정기구는 단순한 행정 관리 기능을 넘어, 공익활동가 역량 강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 체계 마련, 직업 교육 및 복지 제도 연계 등 실질적인 지원을 수행할 수 있죠. 이를 통해 활동가들은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시민사회도 연대와 협력의 기반이 확장되면서 생태계적 활력이 더해질 거라고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기부금품법, 민법, 보조금법,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국유재산특례제한법, 민간위탁제도 등 여섯 가지 규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공익활동가에 대한 직업적 지위를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고용지원 프로그램 및 금융기관 서비스 접근성 개선 등)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존에 없던 기구를 새롭게 신설하는 만큼, 정부 관계자나 정치권이 다소 낯설어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류 위원장은 보다 꼼꼼하게 준비해, 정부 및 정치권 관계자들과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활동가들 간의 견고한 지지와 연대 기반한 건강한 생태계 바라
그렇다고 해서 제도적 기반에만 기대어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응원을 구할 생각은 없다. 올해로 2년 차를 맞은 공익활동가 주간 역시, 이제 막 걸음을 뗀 만큼 그 존재와 의미가 시민들에게 쉽고 빠르게 각인되긴 어려울 터.
이에 추진위원회는 활동가들 간의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지역, 영역, 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그렇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인터뷰 프로젝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 '공탁', ▲2025 공익활동가 대화테이블, ▲토론회 '공익활동가 건강 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등이다.
특히 '공탁'은 주간 행사 운영기관 중 하나인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활동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좋다고 한다. 동료 활동가가 정성껏 차린 따뜻한 한 끼를 대접받으며, 감동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활동가가 활동가를 인터뷰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공익활동가 대화테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의 활동을 들여다보고,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와 공감이 오간다.
고액의 비급여 진료비와 유급 병가 제도의 부재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활동가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건강 실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토론회 역시 추진위원회가 진정성을 갖고 마련한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것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함께 견뎌내는 이 역시 동료활동가들이기 때문이다.
"활동이라는 게 지역이나 분야별로 다양하다 보니, 활동가들끼리도 자신의 영역 밖 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를 때도 있어요. 그런데 막상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생각만큼 그렇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지역과 분야는 달라도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으니까요. 짧은 대화만으로도 서로의 애환과 고충에 공감하게 되고, 연대의 폭도 그만큼 넓고 깊어지죠. 그렇게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이번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해요. 공익활동가 주간은 앞으로도 매년 7월에 계속됩니다. 시민여러분께서도 앞으로 계속될 ‘공익활동가 주간’ 행사와 그리고 우리 활동가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